손주와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보낸 하루(신발, 조식,정보)
| 해운대 파라다이스 할머니와 손주 |
손주와 함께 부산 해운대에 있는 파라다이스호텔에서 1박을 했습니다. 아이 엄마도 함께한 여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손주와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이의 모습을 오래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거창한 계획 없이 하루 편하게 놀고 자고 오자는 마음으로 나선 길이었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사진 몇 장보다 마음에 더 오래 남은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해운대는 갈 때마다 느끼지만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넓어지는 곳입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손주는 낯선 공간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기 바빴습니다. 저는 그런 손주의 손을 잡고 체크인을 하면서 이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새삼 설렜습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방에 짐을 풀면서, 오늘 하루는 일정에 쫓기지 말고 손주가 하고 싶은 대로 따라가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신발 신어보기
방에 들어서자마자 손주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제 운동화를 신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신발보다 훨씬 큰 신발에 발을 욱여넣고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우스웠는지,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뽀로로 인형들을 하나씩 꺼내더니 침대 위에 줄 세워 진열하기 시작했습니다. 크기도 색깔도 다 다른데 자기 나름의 기준이 있는지 한참을 고쳐 놓았다 다시 놓았다 했습니다. 호텔 방이라는 낯선 공간을 자기 방식대로 정리하며 적응하는 것 같아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저녁은 호텔 밖으로 나가 스페인 음식을 먹었습니다. 손주에게는 낯설 만한 메뉴였는데, 의외로 가리지 않고 곧잘 먹어서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편식 없이 이것저것 잘 먹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 모습 하나에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저녁을 먹고는 호텔 안에 있는 물놀이 공간으로 향했습니다. 일반적인 수영장처럼 수영을 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놀기 좋은 곳이어서 손주와 시간을 보내기에 좋았습니다.
따뜻한 물이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었고 온도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물놀이를 하다가 추우면 바로 옆에 있는 따뜻한 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때그때 몸이 원하는 온도의 물을 골라 들어갈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편했습니다.
작년에 왔을 때는 물이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제 다리만 붙잡고 있던 아이였는데, 이번에는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너무 좋다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일 년 새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어서 흐뭇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물 밖의 공기가 제법 쌀쌀했지만, 바로 옆에 따뜻한 물이 있어서 추우면 들어가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춥다고 해서 물놀이를 바로 끝내야 하는 아쉬움도 덜했습니다.
호텔 밖 바닷가에서는 모래를 바람으로 털어내는 기계를 처음 봤는지 손주가 발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한참을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바람 나오는 구멍에 손을 대보고, 발을 대보고, 그걸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눈에는 이런 작은 것도 다 놀이가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조식에서 생긴 작은 감동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손주가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 맛있다" 하는 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그 말이 예뻐서 음식을 더 가지러 간 김에 셰프님께 지나가는 말로 "우리 손주가 너무 맛있다고 하네요"라고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셰프님이 활짝 웃으시면서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별것 아닌 한마디였는데 서로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손주가 기억하고, 나는 잊었던 것
여행 중에 바람이 세게 불어서 제 모자가 날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웃으며 넘겼고, 다음 날이 되자 저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자 손주가 자기 모자를 두 손으로 꼭 붙잡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어제 제 모자가 날아갔던 걸 이 아이가 기억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어른인 저는 하루 만에 잊어버린 일을, 이제 겨우 말을 배워가는 아이는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기억이라는 게 어른의 기준으로 재단할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하루 반나절 남짓한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장면 하나하나가 다 선명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화려한 일정보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 때문에 남는 것 같습니다.
체크아웃하고 차에 오르면서 손주는 벌써 다음에는 또 언제 오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또 웃으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다음에 또 손주와 어디든 훌쩍 다녀오면, 그때 있었던 일도 이렇게 남겨두려 합니다.
다녀오시려는 분들을 위한 정보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앞,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6(중동)에 있습니다.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체크아웃은 오전 11시 전까지이고 투숙객은 전용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호텔 안에는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 있습니다. 여러 곳에 따뜻한 물이 마련되어 있고 온도가 조금씩 달라 원하는 곳을 골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놀이를 하다가 추우면 바로 옆의 따뜻한 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조식은 제가 방문했을 당시 1인 5만 5천 원이었고 아이는 무료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가격이나 시설 운영시간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예약 전에 호텔(051-742-2121)로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손주와 함께 가보니
이번 여행에서 손주는 낯선 음식도 거리낌 없이 먹어보고, 작년에는 무서워했던 물놀이도 한 해 만에 씩씩하게 즐겼습니다. 바닷가에서는 모래를 털어내는 기계 하나에도 한참을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물놀이를 하다가 추우면 바로 따뜻한 물로 이동할 수 있고, 여러 온도의 물 중에서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아이와 함께 이용하면서 좋았던 부분입니다.
아이에게는 새로운 장소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시설 하나도 아이에게는 특별한 놀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은 호텔의 시설이나 음식보다 손주의 모습입니다. 작년과 달라진 모습을 직접 보면서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웠습니다.
짧은 하루였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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